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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희

2023. 1. 6 – 1. 19
임창준

설목1 Snow Tree1, 60x60cm, pigment print and mixed media coating on Korean paper, 강원 태백, 2022

임창준의 사진 작업에서 자연은 어떤 의미일까. 피사체로서 자체가 완벽하여 힘을 얻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화면에 다 담아낼 수 없기에 관찰할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으로 무한 소재로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본다는 것에 중점을 두면 관찰은 단순히 외형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상상이 시작되고 감성이 들어간 느낌은 어떠한 형상이 된다. 여기서 관찰된 대상은 사진의 성격상 기록적인 면이 부각되지만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변화가 거듭된다. 미묘하게 던져진 작가의 시선 처리를 통해 자연은 본래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좀 더 자유로운 형상이 된다. 채도를 낮추고 콜라주 된 대상은 무의식의 세계처럼 신비롭다. 수평적 구도에서 대상을 화면 중심에 두고 풍경만 있거나 인물이 들어간 공간 안은 연출이 되기도 한다. 본인이 직접 사진 속 모델이 되어보는 장면도 있다.

안개 속 풍경 Foggy Trees, 40x60cm, pigment print and mixed media coating on Korean paper, 경기 소래, 2017

아름답지만 어두운 면도 있는 진지한 느낌에서 이성적으로 바라본 자연을 은유시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고 자연과 인간 혹은 자연의 일부로 일상을 연결시켜 표현한다. 곳곳을 누비는 공간으로 관계 지향적인 면에서 평면은 명확하지만 불분명한 추상화된 성격이다. 그곳에서 ‘삶의 유희’를 찾는 작가의 바람은 예술작품이 되었고 사진 안은 소통의 장이며 자연은 아름답지만 거칠다. 특히나 어두운 화면 처리로 대상은 본래의 속성을 지닌 채 그곳에 놓여 있을 뿐이다. 탄생과 소멸의 어떤 지점에 생명체를 보여 주듯이 조형은 찰나의 기록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려는지도 모르겠다.

물결, 60x60cm, pigment print and mixed media coating on Korean paper, 캐나다 마셋, 2018

압축적인 이야기로 종교적 성찰도 포함된 이곳은 보이지 않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자는 다짐이 엿보인다. 메마른 땅으로 거친 풍파도 있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 낡은 듯한 화면은 라캉(Jacques Lacan)이 말하는 욕망의 상징이 환영임을 알면서도 쫓아가는 인간이 보인다. 왜라는 물음으로 고뇌하며 감정을 느끼는 라캉의 주이상스(Jouissance)를 묻는 의미론적 조형이다. 이 물음은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 근대로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세계 이후부터 알아가기 시작한다. 플라톤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안과 밖, 선과 악, 육체와 정신으로 여기던 것을 어느 순간 설명되지 않은 현실들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트라우마일 수도 있지만 느낀다는 것은 결국 해결됨,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지 않나. 얼마 전까지 우리의 일상은 힘들었다.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일상은 마비되었었고 서서히 다시 찾아온 일상은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했다.

고목의 꿈 Old Tree’s Dream, 35x45cm, pigment print and mixed media coating on Korean paper, 2018, 중국 무원+키르기즈스탄 별

결론 내고 싶지만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가의 사진이 있다. 빛바랜 듯한 자연 안에 수도사가 연상되는 인물. 장면을 떠올리면 생각이 많아진다. 세상을 살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에 머무르는 사람들, 소위 얘기하는 세속적 욕망이 아닌 신을 섬기는 인물로 이성과 감정이 잘 조절되는 사람이 아닌가. 세속적 잣대에서 벗어난 종교인이 바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란다는 것은 타인을 두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술가 또한 다른 시선 속에 있는 사람이다. 세상 속에 일부이지만 한 사람으로 일상을 주저 없이 확인해 느끼며 작품을 만들어내니 평범함 속에 솔직함을 꺼내 드는 사람들이겠다. 그러한 면에서 작가의 작업은 아이러니하다. 순간 너머로 보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밤처럼 표현된 공간 안에서 들여다보려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속단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길 원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은 세상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이루고자 하는 것과 나와의 간극을 잘 알고 현실을 인정해야 삶이 지속되기에 사진은 그래서 사실적이면서 어디인지 모를 알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오랜 시간 현장을 관찰한 결과로 실험하며 결실을 맺어 작품을 만들었다.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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