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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Light We Cannot See

김선희

Sunny Kim, Wave of Light – Curve, 2021, Yupo paper, LED strip, etc, H1600, 3600x800mm

우리가 빛을 마주하는 여러 순간들 중 그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고 고스란히 감각한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나아가 우리의 기억 속에 그 장면이나 잔상이 머물게 되는 경우는 또 몇이나 될까. 우리는 늘 빛을 통해 보지만, 사실 빛 자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빛은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공간에 항상 실재하고 있지만, 그러한 만연함으로 인해 우리는 오히려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줄곧 망각해 버리곤 한다.

그렇기에 빛을 단순히 작업이 보여지기 위해 필요한 매개체 혹은 수단이 아닌 작업 자체의 대상이자 주제, 재료로 대하는 김선희의 작업관은 작가의 작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빛이 표현되는 다양한 현상과 모습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선명했던 한 순간의 감각이 기억으로 간직되는 과정 내내 함께하는 빛의 실재성을 연구한다. 달빛이 햇빛으로 바뀌는 시점에 허공을 올려다보며, 작업실 창문 넘어 들어온 무지개를 종이에, 아크릴 판에 담아보며, 암흑 속 홀로 켜 진 촛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길어지고 짧아지는 벽에 드리워진 햇살의 모양과 각도를 표시해보며, 작가는 남다른 관심으로 빛을 관찰해 왔고, 집요히 빛이 표현되는 현상을 채집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 및 표본화 작업에는 다양한 형태의 셀 수 없이 많은 기록물들이 수반되었다. 김선희 작가는 평소 습관처럼 일상 속 사소한 장면 하나 하나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작업실 벽 한 면은 수많은 생각 정리 노트와 드로잉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작가가 마음 한 켠에 간직한 ‘과정’ 및 ‘과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흔적들’에 대한 애착과 몽글몽글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이번 아카이브 개인전 <All the Light We Cannot See> 은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과 소중함에 은연히 빛을 비춰보고자 기획되었다. 보통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은 완성된 작품만을 보게 된다. 종종 작가의 의도대로 미완의 작품이 게시되거나, 혹은 한번 완성된 후 파괴된 작업의 상태가 공개되거나, 작업의 진행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게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최종 결과물이다.

Sunny Kim, time of ___ , 2023, Defusing paper, LED, etc, H330cm, Installation

김선희 작가가 지금까지의 전시를 통해 선보여 온 빛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작업들 역시, 당연히도 마무리된 작품의 모습이었다. 이미 불이 켜진 작품에서 관람객이 보게 되는 인조광의 색, 빛이 은은히 스며든 종이 표면의 온기, 그리고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그 시공간의 분위기 모두 수많은 시도와 실험 끝에 작가가 공개하기로 결정한, 작업의 한 단면일 뿐이다. 처음 구상 단계부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작품이 작업실로부터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기 전과 관객들이 모두 다녀간 후 작품의 불이 꺼졌을 때의 형태, 그리고 전시를 마친 후 철수되어 다시 해체되고 보관되어 지기까지의 기록들. 어쩌면 단순히 작가 혼자만의 기억 상자 속에서 머물러 있거나 표류하고 있을 순간들을 공개하며, 완성된 작품 못지않게 값진 그 과정 자체에 가치를 실어보고자 한다. 원래라면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을, 작가 본인만이 작업 과정에서 마주한 빛을 경험해 보며 전시가 지향하는 과정의 의미에 공감하길 바라본다.

(전시 서문 중 | 글: 최재우)

중정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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