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SONG ART GALLERY
2022. 8. 5 – 8. 23
윤형근, 이승조, 이강소
보이는 것만 본다면 윤형근, 이승조, 이강소 작가의 작품들이 회귀(回歸)하고자 하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본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3인의 작가들은 시각적인 면에서 접점이 없지만, 그러나 이들이 어우러지는데 있어서 이질감이 없는 것은, 절제된 표현 안에서 정신적 무한(無限)으로 환원시키고자 한 회화에서 기인한다.
윤형근은 본질로 회귀하는 색과 여백으로 스미고 번지는 사이, 정신적 숭고를 마음으로 스며들게 하는 검으나 검지만은 않은 ‘Burnt Umber, Ultramarine Blue의 색면’을 만나게 한다. ‘관념의 허(虛)’의 이미지를 무중력한 관계 안에서 치밀하게 표현된 형태들의 나열을 통해 생명의 내재율과 존재의 본질로의 환원,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내면의 확장성을 이끈 이승조, 무한으로 확장된 회화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획을 추구한 이강소는 회화의 사유적 본질을 향해 회귀하고자 하는 미적 특질을 표출하고 있다.
“ … 외마디 소리를 그린다. 화폭 양쪽에 굵은 막대기처럼 죽 내려 긋는다. … 그리는 시간은 짧지만 물감이 마르는 시간이 걸려서 며칠을 두고 또는 몇 달을 두고 보아 가며 그린다.” _ 윤형근
자연이라는 본질로 회귀하는 색인 검은 빛, 먹빛, Umber, Blue가 겹쳐진 색은, 결국 모든 운명이 가는 색이자, 내면이 스며든 색이며, 정신적인 색이다. 모든 색이 흰색에서 생성한다면, 검정은 모든 색이 소멸하는 색이며, 영원과 시간을 환기시키는 묵직하고 조용하고 사유하는 색이자,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근원의 색이며, 무한으로 열린 색이다. 이러한 검은 색면이 린넨의 여백 안에서 수직으로 그리드를 형성하며, 스미고 번지며, 다시 침잠하다 다시 반응하는 기품 있는 긴장과 절제된 정신을 표출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
저절로 그려진 듯한 무심한 태도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두고 보며 끝없이 펼쳐질 무한을 향해, 작가 윤형근은 검으나 검지만은 않은 ‘Burnt Umber, Ultramarine Blue의 색면’에 덧칠을 하고 덧칠을 하면서도 점점 엄격하게 자제하여 번짐 마저도 색면 안으로 회귀하고 여백과 맞닿은 색면에는 스밈과 번짐이 흔적만 남기고 있다. 단순화된 검은 색면과 면한 여백은 정신적 숭고에 가깝다.
영원이라는 시간성 안에서 회귀해야 하는 존재로서 내면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Umber-blue는 거대한 자연 앞에 선 것처럼 긴장된 공간감과 깊이로 압도한다.
“무심한 붓의 반복에서 일어나는 형태는 관념의 허(虛)의 이미지다. 그것은 시각의 회전점, 가시적인 기록의 연상이며 부드러운 빛을 지닌 중립적인 땅을 말한다.”
“침묵이 흐르는 참을 수 없는 고요와 직면, 간결하고 죽은 것처럼 고정된 텅 빈 것을 위해 움직이는 참을 수 없는 행위의 더 보탬을 위하여.”
“침묵과 발언과의 무중력한 관계 설정을 위하여 억제를 수반하는 주장으로 화면 가득한 공명을 얻고자 함.” _ 이승조
기하학적 추상 안에서 공명하는 동어반복적 관념의 형태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는 듯한 이승조의 회화는 순수한 구조 속에서 회화의 화면 안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각적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세잔은 자연의 본질적인 형태를 구, 원통, 원뿔로 환원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입체파는 자연을 입방체(Cube)로 자연을 단순화하였고, 몬드리안은 “모든 형태는 점, 선, 면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지점에서 작가 이승조는 다른 결을 갖는다.
파이프로 불리는 관념의 이미지는 자연의 원형적 본질이 아니다. 이승조에게 무심한 붓의 반복으로 일어나는 원통형의 형태는 무한 반복되고 있지만, 시각을 위한 것이 아닌 정신적인 공명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이 형태는 ‘의식의 현상학적 표현태(작가의 표현)’로서 내재율 안에서 무한으로 회귀하는 내적 형태이다.
“… 달리 말해 세계를 고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나, 그것이 움직이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들을 부인하고 싶습니다. 동양적인 생각은 율곡의 성리학에서 보여주는 기(氣)의 개념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는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_ 이강소
이강소의 회화는 고정된 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형상이 있다해도 그 형상은 다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흐름 안에서 유유히 흘러 보내게 될 이미지에 불과하다. 이강소가 표현하고자 하는 회화적 세계는 획과 관계된 기(氣)를 표출하며, “형상은 사라지고, 획은 획들 사이의, 획들과 공간 사이의, 긴장감 가득한 대화를 되새김질하며 확인한다.”는 미네무라 토시아키의 표현처럼 조응하는 획과 공간 속에서 사유의 무한으로 나아간다.
글 : 이지연
송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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