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TURNER
페이지 지영 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페이지 지영 문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내와 집 밖, 도로 등의 풍경을 정교하게 그린다. 이는 작가가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다. 남편과 딸이 이른 아침 잠들어 있는 모습,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간 자동차 여행, 한국에 있는 어머니가 부엌에 있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문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를 나와 명문 사립 예술학교인 패서디나 아트 센터 디자인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가족 및 친구들과 겪은 경험을 그린 작품들을 꾸준히 그리고 발표 중이다. 작가가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가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도시 풍경, 공공장소 등이 그림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의 특징은 매우 섬세한 묘사다.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침대에 누워 있거나, 조깅을 하는 등 일상의 행동이 그림에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그 탓에 작품 크기가 크지 않은 편인데도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최소 두 달 이상 걸린다. 그만큼 관람에 필요한 시간도 길다. 그는 “관객들이 내 작품을 시간을 들여 자세히 바라봤으면 한다”며 “작품 속 아주 작은 디테일들에서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밝은 색채도 문 작가 작품의 매력으로 꼽힌다. 덕분에 관객들은 문 작가 그림에서 자신의 일상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행복한 기억을 재발견하게 되고, 작가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문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주변 환경을 보며 ‘그림으로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하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 나를 웃게 만드는 재미있는 일들을 떠올리며 그때의 사람들, 가구, 색상 등을 꼼꼼히 떠올린다. 이후 종이에 스케치를 해서 구성과 세부 사항을 생각한다.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모두 표현하는 건 아니고, 생동감을 살리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 작가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부모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라며 “항상 더 많은 작품을 그리고 싶지만 그게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작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시간으로서 그림에 남기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는 이들에게 느림의 미학, 가족의 유대감, 공동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운다.
섬세함과 독특한 관점,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 유머 감각 덕분에 평범한 활동들은 세상의 다른 그 무엇보다도 특별해진다. 그는 “앞으로도 작가로서 더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페이지 지영 문, Three Generations II
Paige Jiyoung Moon, Rose Bowl Loop
Paige Jiyoung Moon, Nap Time With M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