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랑은 방자영과 이윤준으로 구성된 2인 컬렉티브 ‘방앤리(Bang & Lee)’의 전시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Canary Release: Proof Against All Lies)>을 2024년 11월 13일부터 12월 02일까지 개최한다. 페인팅, 파스텔, 오브제,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위기와 재난,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 방식을 ‘게임’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Installation View

방앤리는 현대사회에서 미디어 아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2006년부터 컬렉티브로 활동하고 있으며, 텍스트, 평면, 입체, 가상현실 등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에 자리한 담론을 ‘우정’이라는 관계적 가치를 기반으로 해석해 온 방앤리의 작업은 독일 ZKM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이탈리아 로마 21세기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마르세유 라 프리쉬 벨 드 메, 중국 북경공사, 상하이현대미술관, 국립대만미술관, 타이베이 디지털 아트센터, 탄자니아 다르 에스 살람 나파지 아트스페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 아트센터 나비, 대안공간 루프, 토탈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으며, 최근 2024 광주비엔날레 KF-영국문화원 파빌리온 전시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Bang & Lee, 브로드웨이 애비뉴(Broadway Ave.), 117 x 80 cm, Oil on canvas, 2024-1

이번에 선보이는 전시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은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개념인 ‘카나리아 배포(Canary Release)’는 소프트웨어의 새 기능을 전체 배포하기 전, 일부 사용자에게 먼저 적용하여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것으로, 방앤리는 이 방식을 차용하여 일종의 시험 버전으로 제시하고 점진적 스토리텔링의 유효성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 개념인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은 각자가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를 ‘모든 거짓말’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증명’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위기’는 현대사회의 환경적 문제, 미디어와 기술 발달의 이면, 기억과 허구 사이의 혼란 등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혹은 각자의 개인적 위기를 대변할 수도 있다. 이 위기들은 경험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해석이 얽히며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단순히 ‘진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Bang & Lee, 대폭 축소된 심 게임 맵(A Radically Reduced SIM Game Map), 194 x 130 cm, Oil on canvas, 2024

그리고 이번 전시는 게임의 한 장르인 ‘워킹 시뮬레이터(Walking Simulator)’ 형식을 빌려 기획되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공간 시’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시와 이를 반영한 페인팅 작업을 시퀀스에 따라 배치하여,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시적 장면으로 구성하였다. 전시장에는 게임을 직접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는 없지만, 게임의 요소가 어우러져 전시는 하나의 ‘시적인 게임’으로 전개된다. 관객은 전시장에 비치된 소책자(게임 매뉴얼)를 들고, 안내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워킹 시뮬레이터 장르가 목표와 경쟁이 아닌 주변을 감상하고 감정에 집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듯, 작가는 플레이어에게 특정 목표를 강요하는 대신,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심리적 탐험을 이어가도록 유도한다. 방앤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위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하게 함으로써, 진실과 위기에 대한 여러 관점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Bang & Lee, 대폭 축소된 심 게임 맵(A Radically Reduced SIM Game Map), 194 x 130 cm, Oil on canvas, 2024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은 확장된 세계를 정립하는 첫 번째 단계로, 앞으로 전개해 나갈 작품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관객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작품이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방앤리가 펼쳐놓은 작업 과정에 동참하여 앞으로 이어질 방앤리 세계의 윤곽을 탐색하고, 각자의 삶과 연결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한다.

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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