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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 매끄러운 도자기 인형,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스위켄드룸

최지원

 

최지원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매끄러운 도자기 인형이다. 그림 속 도자기 인형은 마치 사람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일상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서질 듯 연약하면서도 매끈하게 반짝이는 그 존재들이 문과 창, 벽, 커튼, 액자 틀의 앞과 뒤에서 내비치는 비밀스러운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아름답다.

 

 최 작가는 이처럼 생명이 없는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속 등장하는 배경들은 인상적인 일상 속 순간이나 유년 시절의 기억들. 실제로 있었던 일과 도자기 인형들의 조합은 초현실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정물화면서도 동시에 풍경화, 초상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최지원은 지난해 두 번의 개인전을 하고 네 번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올해는 박서보재단에서 개인전 ‘멈춰버린 순간’을 열었다. 2022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최 작가는 표현하고 싶은 장면이나 대상을 직관적으로 관찰한 뒤 작업으로 옮겨낸다. 여러 드로잉 단계를 거치며 이미지를 구상해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완성한 뒤 캔버스에 그리는 방식이다. 표현은 매우 사실적이다. 가끔 작품 이미지만 보고 입체나 부조 작업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빛의 구도나 인형의 시선 처리 등 세부적인 구성이 묘하게 어긋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작가가 일부러 넣은 장치다.

 

 도자기 인형의 양감과 납작한 배경의 대비, 이로 인해 드러나는 붓 터치나 배경 색면의 과감함이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작가는 “같은 화면 안에서도 다양한 제스처의 붓질을 활용해 작업하는 게 큰 즐거움”이라며 “이런 즐거움 때문에 회화 매체를 고집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현재보다 과거의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년기와 고등학생 시절 조부모의 집에서 보냈던 시간, 그곳에서 마주한 사물들이 계기가 됐다. 빈티지한 괘종시계, 선반에 놓인 중국풍 도자기, 작은 유리 꽃, 조개껍데기,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 검은 빛깔의 난초 화분…. 조부모의 사물과 흔적인 이 물건들은 작가에게 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그가 다양한 문화권의 고미술과 장식미술, 오래된 물건들을 주제로 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다.

 

 작가는 “제 향수에서 시작된 작업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향수와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업을 할 때나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가슴 떨리는 전율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늘 호기심을 갖고 미래를 상상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저만의 세계를 더욱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앞으로도 자유롭게 그림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최지원, A Nocturnal Village, oil on canvas, 112.1 x 162.2 cm, 2024

Artworks

Jiwon Choi, Ready, Set, Go, oil on canvas, 112.1 x 145.5 cm, 2024

Jiwon Choi, The Grandfather Clock, oil on canvas, 193.9 x 112.1 c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