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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준 | 이 세상을 닮은,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을 그리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이세준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까?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습과 구조를 반영할 수 있을까?”

 

 이세준 작가의 작업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가 정의하는 이 세계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제와 소재를 동시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여러 점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거대한 회화 설치 작업을 만들고, 하나의 캔버스 안에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중첩하고, 색과 채도나 붓질의 속도 및 물감의 두께 등 다양한 조형 요소를 대비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중 이번 출품작인 ‘가능세계의 그림’ 연작은 한 화면에 복합적인 상황과 감정을 동시에 다룬 작품이다. 이 작가는 “어떤 감정이나 사건들은 너무 양가적이어서, 도저히 기존의 언어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며 “그래서 가끔씩 한 번의 발성으로 두 가지 이상의 단어를 동시에 말하는 상상을 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발상을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홍익대에서 회화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9년 KSD 미술상 대상을 받고, 지난해 송은미술대상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자신의 작품이 갖고 있는, 스스로 꼽은 매력이 뭘까.

 

 “제 작업은 부분과 전체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때때로 그 이야기들은 다른 그림으로 이어지며 확장되기도 합니다. 큰 그림의 일부가 다시 독립적인 작은 그림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그림 안에 있는 이야기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큰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천천히 살펴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저의 그림을 보시는 분들 각자가 자신만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찾게 됩니다. 각자가 제 작품과 주관적이고 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겁니다.”

 

 그는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즐겁다”고 했다. 작업할 때 어려운 점도, 힘든 점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기는 즐겁고 그리고 싶은 것들도 넘쳐납니다. 다른 외부의 동력에 의해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술 활동이 다른 것들의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그냥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게 유일한 바람입니다.”

 

 이 작가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SF(사이언스 픽션).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일종의 사고실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Kiaf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도 많고 좋은 작품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행사이니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작업은 어떤 정답을 찾아내는 그림은 아니에요. 관람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각자가 모두 다른 감상을 갖게 되는 작업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 그림을 그리면서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많은 분들께서도 저의 작업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즐거움과 슬픔, 공포와 환희, 절망과 그리움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Installation View

Artworks

이세준, 가능세계의 그림_까마귀의 밤, 97x97cm, 린넨위에 아크릴과 형광안료, 2024

이세준, 가능세계의 그림_랍스터 편지, 112.1x145.5cm, 린넨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