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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HUMAL》

《HUMAL》 전시서문

기획 :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고, 삶의 많은 부분이 데이터가 되어 화면 속으로 옮겨가는 시대다. 몸을 쓰지 않고도 일하고, 만나지 않고도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편리해질수록 역설적인 결핍이 남는다.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인간이 지녀온 원초적 생명력과 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Kiaf SEOUL 2026 특별전 《HUMAL》은 이 결핍에서 출발한다. 전시 제목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합친 조어다. 문명과 이성이 오랫동안 억눌러온 인간 안의 동물, 곧 야생의 본능과 몸의 감각을 다시 불러내겠다는 선언이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세계를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살(chair)’로 만난다고 했다. 보고 만지고 부대끼는 몸의 감각이야말로 존재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HUMAL》은 이 통찰을 빌려, 디지털 화면 너머로 밀려난 거칠고 뜨거운 물성과 신체의 감각을 아트페어 한복판으로 다시 가져온다.

참여 작가 7인은 모두 몸을 다룬다. 강건은 자신의 얼굴을 빚는 데서 출발해 인간과 동물이 뒤섞인 혼종의 형상을 만들어왔다. 가죽과 깃털, 양모 펠트 같은 동물성 재료를 쓰고, 최근에는 탄산칼슘과 아교를 섞어 새알처럼 얇고 깨지기 쉬운 외피를 빚는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유지와 붕괴가 한 형상 안에 공존하는 불안정한 몸이다. 곽지수는 광고와 스톡 이미지 속 완벽하게 정돈된 신체 이미지를 출력한 뒤 구기고 찢어 인체 조각으로 다시 세운다. 인간의 몸 안에 돼지 이빨과 원숭이 입 같은 동물의 파편이 섞여들며, 하나의 성별이나 하나의 종으로 완결되지 않는 몸이 태어난다.

회화와 사진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성병희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동물적 형상으로 그린다. 그의 화면 속 동물들은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이성으로 억눌러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본능과 상처, 기억의 초상이다. ‘아줌마’ ‘소녀연기’ 연작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 오형근은 신작 초상 연작 《Ambivalent》를 선보인다. 남성과 여성,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얼굴과 벗은 몸을 통해, 표정 너머에 남는 ‘인상(印象)’을 기록한 작업이다.

조각가 세 사람은 몸의 존재 방식 자체를 묻는다. 이동욱은 작고 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변형되고 뒤틀린 몸을 빚는다. 기괴해 보이는 형상들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생명력에 대한 경외에서 출발했다. 이환권은 브라운관 화면처럼 납작하게 눌리거나 길게 늘어난 인물상을 만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조각을 ‘존재의 그림자’라 부른다.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감각의 총체로서의 몸이다. 황수연은 종이를 재단해 이어 붙인 ‘종이 몸, 종이 얼굴’ 연작을 내놓는다. 얇은 외피로 가까스로 부피를 버티는 이 조각들은 인간과 동식물 사이 어딘가의 존재들로, 연약함이 그 자체로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HUMAL》은 기술 문명을 거부하거나 진화를 되돌리자고 말하지 않는다. 이성이라는 인위적 질서와 본능이라는 근원적 에너지가 충돌하고 공명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자는 제안이다. 관객은 일곱 작가가 빚어낸 거칠고 뜨거운 몸들 사이를 걸으며, 가장 미래적인 기술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온도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