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ARTSIDE Gallery
2021. 8. 27 – 9. 18
송진화
송진화는 조각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일상적인 감정들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사적 영역에 국한한 이야기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각각의 위트 있는 인체 조각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도 관람객 개개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넬 것이다.
작가는 버려지기 직전 혹은 쓰임새를 다한 나무를 직접 모아 작업을 하는데, 특히 나뭇결과 옹이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작업의 내용을 정한다는 점이 송진화 작업의 특징이다. 작가는 버려진 나무, 돌, 쓸모를 잃은 일상적 사물들이 관람객과 소통함으로서 다시금 의미를 갖도록 한다. 또한, 인체 형상의 나무 조각에 채색을 할 때, 재료 본연의 나무결을 살려서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은 작가가 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난다. 대상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주변 생태계와 공존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한다.
송진화의 인체 조각은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20여년의 작업 활동을 하는 동안 작가는 여성성 그리고 사회적 성 역할(gender)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왔고, 답을 얻지 못하는 그런 상태는 이러한 과도기적인 형상으로 나타난다. 송진화는 페미니즘 담론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거대 담론보다는 작고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시를 통해, 사회에서 규정한 성 역할에 대한 반감으로 혼란을 겪었던 한 개인이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인정하고 세계의 질서를 수용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꿈을 꾸었다.
작업실을 등지고 푸른 녹색의 옷을 입은 여인이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차도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로수 아래 모래 더미에 발을 반쯤 묻고 서성이는가 싶더니 좌우살핌도 없이 당당히 길을 건너갔다.
자라지 못한 어정쩡한 아이들을15년쯤 만들다 보니, 여자임이 불편한, 손가락을 빨던 내 속의 어린아이를 온전히 나이를 먹여 떠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비로소 여자 성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울지도 말고 묻지도 않는 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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