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8 - 9. 30 | [GALLERIES] GALLERY BAKYOUNG
강민기, 권순왕, 김채용, 오흥배, 이동헌, 이준, 알렉스 김, 피.킴
중력은 거시세계에서 질량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체를 끌어당기고 유지하는 힘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힘으로,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고 행성과 은하계의 운동을 관장한다. 이러한 중력은 사회와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상징한다. 사회 구조와 규범은 개인을 일정한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법과 규칙, 전통과 관습 등이 사회적 중력으로 작용하여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고 통제한다. 권순왕 작가와 Alex Kim, P.KIM 작가는 거시세계를 담당하는 중력처럼, 사회와 규범등 거대한 테제 앞에서 한 개인과 사회가 맺는 관계성에 대한 논의를 담은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권순왕, 이륙의 시간Time to take off, acrylic, oil on canvas, 163x132cm (100F), 2022
권순왕 작가는 이미지의 탈고정성과 자율성, 생명성을 중심으로 한다. 작가는 시스템 속에서 구조를 인식하고 자유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연구는 ‘가려진 지속’이라는 테마로 시작되었으며, 이는 물질주의 사회와 개인의 시간을 조명한다. 작가는 거대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시간을 표현하고, 과거에 대한 현재와 지속되는 시간을 탐구한다. 작가는 물질주의 사회 속에서 시간이 흐르며 가려지는 전쟁과 같은 역사적 이미지들을 다룬다. 이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계보학적역사 분석적 접근처럼, 작가가 역사 내 의미와 가치 뒤에 은폐된 채 작동하고 있는 권력과 전략, 지배와 억압 등 역사 속에 숨겨진 전략들을 드러내고자 하는 기제의 발생이다. 작가는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프레인팅 행위(Phrainting Performance) 즉, 프린팅과 페인팅의 합성적 기법을 통해 일상속 우연성, 정신으로 부터의 이미지를 물질화 하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의식하는 생명을 화면 내에 창조해낸다.
Alex Kim, 세 개의 시간 (three different times), oil on canvas, 116.8×80.3cm (50P), 2024
Alex Kim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쟁점과 집단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며, 밀레니얼과 Z세대의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예술가이다. 그의 작업은 팬데믹, 소셜 네트워크, 가짜 뉴스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현상들이 함께 섞이며 드러나는 불확실성과 애매함을 주제로 한다. 작가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회색의 배경 속에 특정되지 않은 인물 군상이 묘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회색은 중도적이며 특색 없는 무난한 색상으로, 시대의 광풍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MZ 세대의 불안, 허무, 고독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키에르케고어(Søren Kierkegaard, 1813~1855)는 불안을 ‘자유의 가능성’으로 정의하며, 불안한 인간이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이는 인간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작가의 작품은 불안한 화면 속 허망한 시대의 초상을 담아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세대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양가적으로 담고 있다.
P.KIM, TAP OUT! Saki akai, lacquer, acrylic on canvas, 193.9x130cm (120F), 2024
P.KIM 작가는 디지털 정보와 현실 세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믿었던 프로레슬링이 실제가 아닌 허구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그 허구성에 열광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게임, 영화,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허구적 콘텐츠에 열광하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가 주창한 ‘시뮬라크르’ 이론을 반영하며, 현실을 모방한 허구가 실제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초상화를 통해 이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유하며, ‘피니쉬 무브’처럼 허구적 요소들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나타내고자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들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전자기력은 미시세계에서 전자와 자기의 상호작용으로, 일상에서 마찰이나 자기작용 등으로 경험된다. 이는 물체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기력의 특성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상징된다. 개인 간의 관계와 소통, 신뢰와 협력은 전자기력처럼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결속하게 한다. 김채용, 이준, 오흥배 작가는 미시세계를 담당하는 전자기력처럼, 미묘한 인간 관계 사이를 포착하여 이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김채용, 1+12’s Society #1, waste button and keyring subsidiary material on acrylic sheet, 100x70x10cm, 2023
김채용 작가는 ‘1+1>2’라는 개념을 통해 개별적인 힘이 모여 단순한 합을 초과하는 시너지 효과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더해 어려운 현재 상황을 극복하여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단추 인형을 활용했으며, 단추는 ‘연결’과 ‘맺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추 인형은 버려진 옷의 단추를 업사이클링하여 제작되었고, 각 인형은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을 지닌다. 부르노 라투르(Bruno Latour, 1947-2022)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과 연결해 보면, 단추 인형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행위자로 작용한다. 이 인형들이 상호작용하며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과정은 라투르의 이론을 반영한다. ‘1+1>2’의 시너지 효과는 행위자들이 협력하여 더 큰 결과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며, 단추 인형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각 행위자가 네트워크 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연결되는지를 나타낸다. 작가는 이렇게 사회적 관계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준, Loyalty (신의), thread on plastic cast, 75x60x34cm, 2022
이준 작가는 현대인의 위치. 현대 사회 속에서 현대인에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 – 방관자 효과, 군중심리, 책임전가, 편견- 등 현대인의 부정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의 맹목적인 사랑의 필요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업에서 서로 다른 신체의 일부분이 합쳐져 하나의 인체를 형성되거나 인연을 상징하는 실이 신체를 잇는 모습은 부모와 자식, 연인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끈끈한 유대감을 상징한다. 불완전한 신체는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상징하며, 개인은 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오흥배, 수집된 일상collected daily life, oil on canvas, ∅110cm, 2024
오흥배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 대상들을 통해 관계를 탐구하는 주관적 상징으로 구성된다. 이는 인간 관계,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진리와의 관계 등을 다루며, 이러한 주제를 익숙함과 낯섦, 영원함 등의 단어와 연결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돌, 들풀, 장난감, 생활용품 등 흔히 버려질 수 있는 일상적 대상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나간다. 그는 하늘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하여 공통된 경험과 공유의 의미를 전달한다. 작가는 작품이 창작자의 손을 떠나 관람자의 해석과 상상을 통해 확장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그의 주관적 상징물이 보편적 상징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접근은 할 포스터(Hal Foster, 1955~)의 “아카이브의 충동”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예술작품이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기억을 아카이브 형태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오흥배의 작업도 이와 유사하게 개인적 상징을 통해 보편적 관계를 탐구하고, 관람자의 해석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작품이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을 넘어 관람자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되고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력과 약력은 원자핵 내부에서 쿼크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힘이다. 강력은 쿼크들을 결합하여 핵을 이루게 하고, 약력은 방사성 붕괴와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이들은 매우 작은 스케일의 극미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갤러리박영은 이번 전시에서 강력과 약력을 작가와 작품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상징하였다. 여기서 작가의 창의력과 영감, 기술과 표현력 등은 작품을 형성하고 완성시키는 강력으로 비유되며, 약력은 작가의 내면적 갈등이나 변화, 성장 과정이 작품에 반영되는 방식을 상징한다.
강민기, 마음앞에서, steel, 114.5×114.5x3cm, 2021
강민기 작가는 학부는 회화를 대학원은 조소를 전공한 뒤, “Steel Painting, 회화를 조각하다”라는 주제로 3차원의 입체 공간에 붓터치 유닛을 붙여 나가며 입체적 회화를 구성해오고 있다. 회화같은 조각, 조각같은 회화를 표방하는 작가의 작품은 혼합된 장르와 다양한 색감을 통해 작가만의 변증적인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작품으로 이야기하며, 우리가 살아가며 특정한 단어나 텍스트들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이동헌, 아침의 나라로to the land of the morning, resin on urethane, gold leaf, 90x120x180cm, 2023
이동헌 작가는 소비 사회와 욕망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작품은 비닐 같은 현실적 오브제를 통해 소비의 기호로서 물질적 욕망과 인간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팽창하고 왜곡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는 해체라는 개념을 통해 고정된 의미나 질서를 붕괴하고, 그것이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을 강조했다. 이동헌 작가는 고대 조각상, 현대 소비문명 등을 재현하고 비닐로 감싸며 이와 같은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shape of emotion’ 연작은 감정의 형상화를 통해 데리다의 개념을 확장한다. 감정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요소로서, 그것이 물리적 형상을 띄는 것은 감정의 무형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시도다. 작가는 감정의 불꽃 이미지로 분노와 같은 감정을 형상화하며, 이는 데리다가 논의한 의미의 해체와 함께 인간의 복잡한 감정 생태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욕망과 분노 같은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 예술로 번역하고, 현대 사회의 소비와 감정의 복잡성을 깊이 있는 방식으로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소비와 욕망을 통해 구축하는 현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갤러리박영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7-9
031 955 4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