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BON GALLERY
2021. 3. 11 – 4. 10
김만근
본화랑은 오는 3월 11일부터 4월 10일까지 석채화부터 판화, 조각까지 다양한 표현기법을 연구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온 김만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재료는 화가가 자신만의 철학을 드러내는데 사용하는 가장 순수한 예술적 원천이며 작품을 이루는 조형성의 토대이자 작가의 정서적 표현의 수단이다. 석채화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김만근 작가에게 돌은 단순한 예술 매체를 넘어 실험과 탐구의 대상이다. 아마 김만근 작가만큼 표현 재료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는 우리 강산의 자연석과 흙을 채취하여 곱게 빻고 갈아 천연 석채를 만들 뿐 아니라 두터운 재료를 화면에 고정시킬 접착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교 연구를 지속하였다. 그렇게 실험하여 만든 120여 종의 채색 재료와 식물성 접착제는 시간이 흘러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갈라지거나 부식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김만근 작가의 독자적인 공정을 거쳐 탄생한 순도 높은 광물성 안료는 변색과 퇴색이 적고 색감은 투명하며 자연스러운 광택이 나는 고급 재료로 그림에 깊이 있는 무게감을 준다.
김만근 작가의 석채화는 부드럽고 따스하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연을 바라볼 때와 같은 편안함이 들며 눈의 피로도가 낮아지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러한 시각적인 편안감은 발색의 재료에서 기인한다. 천연광물질에서 얻은 색감은 수채나 아크릴과 같은 인공적인 합성 재료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에 표현된 미색이나 청색 따위의 색채는 인위적 자극이 배제되어 간소하지만 담백하고 은은한 멋을 낸다. 이는 오늘날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자극적인 색채에 현혹된 우리의 시각을 정화시키며 편안한 휴식을 선사한다.
작품이 지닌 특유의 서정성은 색감에서뿐 아니라 향토적, 토속적인 조형적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우직 하고 투박한 미루나무와 그 위에 앉아 있는 참새의 모습은 정겨운 옛 시절을 형상화하며 어린 시절의 고향의 따스한 정경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자연적 이미지와 더불어 작품 속 정감 있는 인간상은 따스함과 친 근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데, 예를 들어 서로의 어깨에 포근히 기대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나무 밑에서 사색하는 모습 또는 어수룩한 바보들의 해학적인 모습 등은 가식 없는 순수한 인간적 풍경으로 작가의 휴머니즘적 시선을 보여 준다. 한편, 작가는 실재적 이미지에서 나아가 심상적 이미지를 간결한 추상적 형태로 구현을 시도한다. 그는 석채의 물성에 따른 독특한 질감을 이용해 시간이나 마음의 흐름에 대한 관념적 이미지를 유선형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마치 마음인 듯, 강물인 듯, 나무 껍질인 듯, 세월인 듯 한 상념을 이끌어낸다.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심상적 풍경을 자연적 정서를 지닌 돌과 흙으로 그려낸 순수 추상회화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김만근 작가의 인간과 자연을 향한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하며 눈이 아닌 마음으로 작품과 교감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본화랑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99, B1
02 732 2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