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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는 세계

2022. 11. 18 – 12. 4
엄소완

엄소완(1994~)의 우주적 풍경은 하늘과 땅이 만나고 해, 달, 별 구름 등과 같은 상징이 어울릴 때 나타난다. 부감시로 접근한 자연이며 선은 평면 안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여리지만 강인한 느낌이 장지 위에 두터운 질감이 되면서 다양한 것들을 보여준다. 구체적이지만 추상이 되는 성격으로 역동적인 흐름을 전제로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로 자연은 남다른 대상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방법 같은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시간이 축적된 풍경으로 작가는 학부 때 접한 고지도에서 영감을 받는다. 지금처럼 통신망이나 과학이 발전했던 때가 아닌, 지역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 보다 관념의 상징으로 옛 지도를 보고 작가의 상상력은 발휘되기 시작한다. 실재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아득한 과거의 시간을 생각하며 자신의 삶도 그림에 투영시킨다. 풍경은 여기서 원근법 없는 다시점으로 동양화에서 말하는 관계의 지향성을 토대로 한다. 보이지 않지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관찰은 작가의 감성과 만나면서 독특한 그림이 된다. 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도와서 보태거나 채운다는 비보(裨補)풍수의 고지도 의미가, 지금의 평면으로 흡수되면서 회화의 성향은 짙어진다.

엄소완_땅과 하늘과 물의 시간_70×70cm_장지에 혼합재료_2022

그림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형상들은 평면화 되는 경향이 있다. 밤낮이 공존하며 검은색과 노란색이 뒷받침되어 이시동도(異時同圖)의 수법이 표현된다. 지나온 시간이며 앞으로도 전개될 양상으로 장면은 끊임없이 변화된다. 선은 모여서 면이 되고 분할된 면은 어떠한 형상을 만든다. 섬 같거나 물줄기 같은 조형이 화면을 채운다. 중력이 없는 것처럼 부유되다 다시 안착되는 것으로 이는 자연이 무질서하다 질서가 잡히는 모습이다. 작가의 사유는 깊다. 옛날과 지금, 현실과 이상, 이곳과 저곳으로 구별되는 성격이 한 화면에 나타난다. 휴식 여행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같은 개인 일화가 더해진 감성이 변모하여 신기한 형상을 그리게 했다. 삶과 연결된 다양한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며 디지털이라는 속성이 대변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작가의 그림을 통해 새삼 알 수 있는 건 자연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이다. 현실이 있는 한 기억으로 찾아오는 좋을 수만은 없는 감정을 알고 살아가기에 그림은 일상을 정화한다. 오늘도 무사히 안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보를 하고 있다. 형상이 만들고자 한 것은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재현보다는 내면의 풍경이며 무의식적으로 자유롭게 나타나는 필선이 부드러운 완만한 곡선을 낳게 했다. 이는 작가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다채로운 색의 질감이 되는 중첩은 기나긴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우리 선조들이 바랐던 것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다르지 않음을.

엄소완_세상의 한 가운데_장지에 혼합재료 390.9×162.2cm 2022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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