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ATELIER AKI
2022. 4. 7 – 5. 14
강주리, 강준영, 유지인, 이윤희, 조민아, 차승언
아뜰리에 아키는 2022년 4월 7일부터 5월 14일까지 ‘강주리, 강준영, 이윤희, 유지인, 조민아, 차승언’ 작가 총 6인이 참여하는 ‘관계의 재구성 RECONSTRUCTION OF RELATIONSHIP’展을 개최한다. 팬데믹(pandemic)과 침공 등 사회적 상호작용이 형성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차단된 현시점,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화되었고 우리는 언택트(Untact)에 기초한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본 전시는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 보고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제한되는 만큼 소통 역량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더 대두하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하여 ‘관계’에 대한 조형적 실험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계에 관한 담론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깊이 있게 통찰해 온 공통점을 갖은 동시대 한국 작가 강주리, 강준영, 이윤희, 유지인, 조민아, 차승언의 주요 작품 2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기획전 관계의 재구성 RECONSTRUCTION OF RELATIONSHIP은 6인의 작가가 구축해온 관계의 내러티브를 조망하며, 동시대 담론들을 담아내고 있는 현대미술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강주리 작가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인간과 자연환경과의 상호관계, 생태 환경의 변화, 생명체의 변이, 진화에 주목한다. 작가는 ‘변이’ 혹은 ‘적응’의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개체로 ‘분류’되고 나아가 스스로 ‘존재’ 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 상호작용을 드로잉과 혼합적 설치 작업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펜 드로잉의 짧고 가느다란 선들을 모으고 쌓아 구축한 밀도 높은 작업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우리의 가능성과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고찰을 보여준다. 더불어 작가의 작업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관점에서 이용 가치로써 바라보았던 생물, 혹은 무생물에 대한 기존의 인식 체계를 전환하며, 대상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이끈다.
강준영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가족’이다. 작가는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와 이를 통해 발현된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의 표상들을 작업의 주요 기조로 삼아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집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개념이 파편화된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강준영의 작업은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안식, 위안과 같은 사랑의 단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특히 두터운 재료가 층위를 형성하며 화면에 주관적인 감정의 격렬한 반영을 드러낸 작가 특유의 마티에르(matière) 기법은 작품이 보다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스며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윤희는 정교하고 섬세한 형태와 화려한 무늬의 도자 조각을 통해 고유한 서사를 구축해왔다. 작가는 생과 죽음 등 삶의 총체적인 단면들을 종교와 신화의 이야기로 차용하며 제시한다. 중세 중교 화가 비유나 상징을 통해 성서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듯, 단테의 ‘신곡’을 모티프로 한 〈신곡 (La Divina Commedia)>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소녀가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욕망과 불안을 치유하며 평안을 얻어 자아를 찾는다는 정신적 해탈에 대한 이야기를 가시화한다. 즉 작품 속에 ‘무아’의 상태로 대상과 관계하는 이상향의 세계를 드러내며 자신만의 서사를 심도 있게 펼쳐나간다. 더불어 이윤희는 이야기 전개의 주도권을 관객에게 넘김으로써 소녀의 정체에 메타적 속성을 부여한다. 이는 <신곡>의 내러티브와 소녀의 정체성을 해체시키며 동시에 관객에 의해 재조합된 각자의 고유한 <신곡>을 완성시킨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와 이데올로기를 작업의 주요 기조로 삼는 유지인 작가는 단순히 조각이나 형태를 넘어 힘 있는 메시지들에 장식성을 추가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은 억압과 폭력의 상징적 오브제와 선동적인 텍스트들을 거울 프레임에 이미지화하여 거울 조각 사이에 삽입하고 조합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조각난 거울 속 왜곡되어 드러나는 이미지들은 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을 드러내며, 거울을 바라보는 듯한 그녀의 작업은 보여지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반사되는 표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관객의 의식에 접근하여 관객들과 신체적, 정신적인 교감을 이끌어 낸다.
한국화를 기반으로 한 조민아 작가는 갈등과 분열, 화합과 연대 등 얽히고설킨 복잡한 세상사를 관조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형상을 우화적인 화면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인물 중심이 아닌 대상의 관계적 상황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채워나가며 작품세계의 주요한 기반을 형성해왔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된 다채로운 레이어를 기반으로 유쾌하게 현실을 희화화 하는가 하면 때로는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작가의 작업들은 하나의 태도나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또한 작가는 관객이 그의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사회 안에서의 자화상을 찾아내어 그들 자신과 작품과의 연결점을 구축, 보다 입체적인 작품 감상을 유도한다.
차승언은 한국과 서구의 근대 추상 회화를 참조하여 직조의 방법으로 새로운 회화의 영역을 만들며 동시대에 유의미한 추상회화란 무엇인지 탐구한다. 근현대 추상 회화의 도상을 참조적으로 직조한 그녀의 작품은 미세한 씨실과 날실이 정교하게 교차를 통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씨실과 날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관계다. 철저한 계산이 만들어낸 씨실과 날실의 관계 맺음을 통해 직조한 그녀의 작품은 교란된 과거의 시간과 경험을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풀어내며 동시대 시각 예술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불어 캔버스 그 차체를 회화의 바탕(ground)이 아닌 하나의 작업으로 인식한 작가 특유의 전환적 작업 방식은 섬유라는 소재의 담론적 가치를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아뜰리에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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