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점수
나점수는 끌이나 톱 등 목수들이 쓰는 도구로 나무에 홈을 파내 조각을 만드는 중견 추상 조각가다. 지난 30년간 탐험과 예술의 여정을 거듭하며 세계 각지에서 인도하는 풍경, 공기, 토양을 감상하고 그 순간들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얇은 종잇장부터 전시 공간에 자라난 듯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작품까지, 그의 추상 조각들은 다양한 양감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
중앙대 조소과 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8년 청년미술제 본상과 중앙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며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다. 다작(多作)은 아니지만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주로 전시를 열며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할 그의 작품 주제는 ‘무명(無名)-정신의 위치’. 이를 공간설치 조각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의 설명은 마치 철학자와도 같다. “물질에 기대 형태로 드러난 정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기 위해 사유를 거듭한다. 이런 사유의 방향성에 함축된 조형성, 즉 수직과 수평, 표면과 깊이, 어둠과 빛, 경계와 사이들이 내 작품이 도달한 정신의 모습이며 위치일 것이다. 수직과 수평을 통해 정신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 재료인 나무는 태고적부터 지금에 이르는 오랜 시간을 머금은 존재. 표면과 결, 갈라짐을 살리기 위한 수천번의 톱질과 수만번의 끌질은 그 시간을 드러내고 공명하게 한다. 나 작가는 자신 작품세계의 특징에 대해 “공간과 마음은 형태가 없는데 이를 조각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모순”이라며 “관객들이 조각을 바라보며 공간과 마음을 떠올리고 묵상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제 작업은 표현이라기보다 불러냄이고, 장식이나 표출이라기보다 고요함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작가가 표현하고 보여주려 하는 것은, 조각의 모양 그 자체가 아니라 관람객이 조각을 보며 떠올리는 일종의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는 “작가가 살아가는 삶 전체가 작품”이라고 했다. 삶과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작품이며 그게 기록되는 장소가 작업장, 최종적인 결과물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그래서 나 작가는 “그래서 여러 여건 때문에 작업장을 옮길 때마다 어려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며 “그럼에도 예술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고자 하는 욕구가 현재를 살고 예술을 계속하게 한다”고 했다.
Jeom Soo Na Solo Exhibition 含 · 處 Ham · Cheo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