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이

전시 전경 (1)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6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인 서도이의 개인전 《정복되지 않은 세계》를 6월 18일부터 8월 1일까지 OCI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전시 전경 (2)
서도이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다시 미래를 결정한다는 선형적 시간관에 질문을 던진다. 삶이 정해진 인과와 운명에 따라 전개된다는 관념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회화로 펼쳐 보인다.
서도이, Xanadu, oil and graphite on canvas, 153×215cm, 2026
이번 전시에서 서도이는 중성자별의 탄생 과정에 주목한다. 그는 중성자별을 과학적 원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신화적 서사로 읽는다. 거대한 폭발이 파괴와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형 별이 붕괴를 거쳐 이전보다 더욱 단단한 별로 다시 태어나듯, 그는 삶 또한 과거의 경험과 정해진 인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쓰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
서도이, Karma I, oil and graphite on canvas, 100×25cm, 2025
전시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는 과거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팽이를 담은 작업 〈Uncanny Anchor〉에서 시작한다. 이후 등장하는 진자와 수레바퀴, 차고 기우는 달의 이미지들은 순환하는 시간을 상징하며, 정해진 인과와 선형적 시간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다.
서도이, Uncanny Anchor, oil and graphite on canvas, 162.2×130.3cm, 2026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을 넘어선 세계가 펼쳐진다. 광활한 모래벌판과 원형의 이미지들, 흐물한 형태들은 고정된 자아를 벗어난 변화와 생성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누군가의 뼛조각이 오랜 시간 끝에 모래가 되고, 그 위로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듯 화면 속 형상들은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순환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서도이, Rings of Arhat, oil and graphite on canvas, 153×215cm, 2026
이러한 관점은 높이 4.5m에 달하는 대형 회화 작품 〈Nirvana〉에서 두드러진다. 나비의 번데기와 골격이 공존하는 장면을 담아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의 순간을 하나의 화면에 병치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과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정해진 운명과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존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도이, Nirvana, oil and graphite on canvas, 459×215㎝, 2026
한편 서도이는 독특한 회화적 기법을 통해 주제를 더욱 강화한다. 그는 흑연을 활용해 두터운 선으로 스케치를 한 뒤, 그 위에 유화 물감을 얇게 문질러 바르는 과정을 반복하며 작업을 완성한다. 흑연가루와 물감이 뒤섞인 화면은 마치 흙으로 빚어낸 벽화를 연상시키며, 수십 겹으로 쌓인 층위는 깊고 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반복적인 제작 과정은 단순한 표현 기법을 넘어 하나의 수행적 실천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도이에게 회화는 재탄생과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자, 자신의 의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행위로 기능한다.
서도이, Legacy, oil and graphite on canvas, 162.2×130.3cm, 2026
중요한 점은 이번 전시가 정해진 관람 동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관객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순서로 작품을 마주하게 되며, 이는 서도이 작업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무엇을 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전시는 이러한 가능성을 관객의 경험 속으로 확장하며,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와, ‘정복되지 않은 세계’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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