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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러한 Self-So》

고근호, 백경호, 서지우

《스스로 그러한 Self-So》 포스터

갤러리 플래닛은 2026년 8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백경호, 서지우, 고근호가 참여하는 3인전 《스스로 그러한 Self-So》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품의 형태와 의미가 전적으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보다, 작가가 통제를 유보한 자리에서 재료와 조건이 스스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회화·조각·설치로 구성된 세 작가의 작업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예술에서 ‘만드는 일’과 재료의 움직임에 ‘응답하는 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전경 사진 (1)

전시 제목인 ‘스스로 그러한’은 자연(自然)의 본래 의미인 ‘저절로 그러함’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개별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질서가 형성되는 ‘창발(emergence)’의 개념을 연결해, 작가의 개입과 재료의 자율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한다.

백경호, 무제, 2025, oil, charcoal on canvas, 219.6 x 205.5cm

백경호는 캔버스의 방향을 바꾸며 물감을 쌓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두텁게 축적된 유화 물감과 나이프의 움직임은 화면 위에 예측하기 어려운 흔적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정리하기보다 화면의 상태를 관찰하며 필요한 순간에 개입한다. 그의 회화는 사전에 구상된 이미지를 재현한 결과가 아니라, 물감의 물성과 작가의 행위가 서로 반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서지우, 2026, 마치 서울이란 바다에 뜬 아파트란 배처럼 No.1, 혼합매체, 90 x 53 x 180 cm

서지우는 도시에서 수집한 재료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가변적인 조각 구조를 만든다. 개별 재료는 그 자체로 고정된 의미를 지니기보다, 다른 요소들과 맺는 관계와 배열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고정되지 않으며, 전시 공간과 배치에 따라 해체되고 다시 구성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눈앞의 구조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현재 잠정적으로 성립한 하나의 상태다.

고근호, 섬 박쥐 주머니(Bat Pouch Island) 2026, crackle medium, oil, on canvas, 140×140cm

고근호는 재료의 물리적 변화를 작업의 주요한 조형 원리로 활용한다. 캔버스 뒷면에 적용한 크랙 매체가 건조되며 수축하면 앞면에 균열이 발생하고, 작가는 그 흔적을 유화 물감으로 메워 화면 위에 드러낸다. 균열의 방향과 형태는 작업마다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그 위에 더해지는 형상 역시 재료가 만들어낸 흐름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전경 사진 (2)

백경호의 작업에서 재료의 자율성은 물감의 축적과 소거를 통해, 서지우의 작업에서는 수집된 단위들의 관계와 재배열을 통해 드러난다. 고근호는 건조와 수축에 따라 발생하는 균열을 화면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전경 사진 (3)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세 작가는 결과를 미리 확정하기보다 재료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반응하며 작품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들의 작업에서 작가는 형태를 완전히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형태가 발생할 조건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 응답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전경 사진 (4)

《스스로 그러한 Self-So》은 완성된 형태를 선언하기보다, 형태가 스스로 도착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세 작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형태는 작가가 홀로 만든 것도, 우연이 홀로 빚은 것도 아니다. 조건과 재료, 그리고 이에 응답하는 작가의 행위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관객은 완성된 결과를 감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이 물러선 자리에서 사물이 스스로 그러해지는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갤러리 플래닛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71길 14 2F
02 540 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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