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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의 정원

김병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1층) 전시전경 ⓒ KIM Byoungho.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4년 12월 26일(목)부터 2025년 2월 8일(토)까지 조각가 김병호(b. 1974)의 개인전 《탐닉의 정원(Lost in Garden)》을 개최한다. 김병호는 금속을 주 재료로 삼아 심미적 조형이 돋보이는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섬세하게 계획된 설계 도면에 기반하여 철저히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 속에서 진행되는 김병호의 작업 과정은 현대 사회의 일면을 투영한다. 동시대 사회 구조에 깃든 현대인으로서, 기계적인 정교함과 현혹적으로 아름다운 예술행위를 결합하며 새로운 조각의 형태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 작품이란 규범, 규칙과 체계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품과 유사성을 지니는 대상이다. 김병호의 작품세계는 합리주의에 기반하여 구축된 문명 사회 속 인간의 삶과 심리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도록 한다. 김병호는 내년 중 홍콩 및 중국 선전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3개 층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 및 신작을 포함하여 다양한 규모의 조각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여 조성한 ‘정원’에 자신의 조형 원리를 빗대는 작가는 금속 모듈들을 조형의 기초 단위처럼 활용하여 삼차원 공간 안에서 구성의 미학을 탐구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B1층) 전시전경 ⓒ KIM Byoungho.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지하 1층과 1층에서는 작가가 ‘문명의 혹’이라고 부르는 금속 타원구 형태의 조각들을 조명한다. 지하 1층에 가로 놓인 <수평 정원>(2018)은 천장부로부터 늘어뜨린 가는 줄에 거대한 몸을 맡긴 채 공중에 뜬 모습으로, 바닥면에 드리운 다채로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1층) 전시전경 ⓒ KIM Byoungho.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1층에는 두 개의 형태로 구성된 회전형 기계 형태의 작품 <두 개의 충돌>(2024)이 전시된다. 거울 같은 은빛과 흑연 같은 먹빛의 표면을 지닌 두 모듈이 각자의 회전축을 중심 삼아 상반된 방향으로 회전한다. 방사형의 은빛 조각 <57개의 수직 정원>(2024)은 이른바 ‘문명의 혹’으로 불리는 둥근 금속 타원구가 직선형 구조 위에 빼곡히 맺힌 찬란한 형상을 선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3층) 전시전경 ⓒ KIM Byoungho.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3층에서는 평면 및 선의 조형성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4점의 <정원의 단면>(2024) 연작은 공간에 서거나 누운 자세를 취한다. 무광택의 검은색 피막을 입은 조각들은 전시 공간과 대비를 이루며 곡면의 조형성을 강조한다. 각각의 형태 윤곽 부분에 놓인 절단면 모서리를 매끈하게 연마하여, 본연의 알루미늄 재질을 드러내는 은빛 선의 요소를 품도록 했다. 단면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해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상을 절단하고 평면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각적 탐구를 의미한다. 평면성을 극대화하여 단면의 두께를 강조한 일련의 조각들은 타원구 형태에서 느껴지는 입체적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김병호(KIM Byoungho), 아홉 번의 관찰 9 Observations, 2024, Stainless steel, resin, 151x110x150(h)cm

또 다른 작품인 <아홉 번의 관찰>(2024)은 은빛과 검정의 원판들이 겹겹이 쌓여 구성된 평면적 조형성이 돋보이는 조각이다. 서로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아홉 개의 단면은 반사와 투영을 통해 평면에서 입체적 형태로 변화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한편, <323개의 가시>(2024)는 선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이다. 다양한 형태와 질감으로 마감된 금속 조각들은 공간 내에서 고유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낸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5 03058 
+82 2 541 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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