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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간, 감정

2021.1.22 – 2.28
송승은 오지은 이미솔

송승은_늦은 오후, 2020, oil on canvas, 45.5×45.5cm
오지은_고품격 크리스마스, oil on canvas, 30×30cm, 2020
이미솔_작품40_2020, 패널에 유채, 32x32cm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그룹전 《오늘, 순간, 감정》을 개최한다. 이는 신진작가 지원전으로서, 역량 있는 신진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세 번째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독자적 시선과 창의적인 표현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 송승은, 오지은, 이미솔 3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송승은은 흐릿한 경계와 군상 표현을 통해 현 시대의 묘한 분위기를 재현한다. 그러나 작가가 재현하는 것은 장면 자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기대와 실망의 순간, 그리고 현 시대의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오지은은 흔들린 피사체를 담아내는 듯한 표현을 통해 왜곡된 이미지, 사라지는 감정을 포착하려 한다. 작가는 포착하는 순간 지나가는 감정을 담아두기 위해 ‘불가능한 작업’을 개진한다. 감정은 사라지고 왜곡되지만 이를 붙잡기 위해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이미솔은 감정이 표현되는 순간인 예술 자체를 탐구한다. 작가는 예술이 호명되기 이전의 장소인 작업실, 작업과정에 주목하며 작업하는 순간 사라지는 작업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붓질, 마스킹테이프, 버려지는 휴지 등 다양한 ‘순간’이 모두 작가의 작업 대상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젊은 작가들이 역동적인 시대를 살아가며 포착하는 미묘한 순간과 경계에 있다. 이들은 모두 감정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사라지는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려 한다. 아트사이드는 세 작가와 함께 동시대 예술가가 포착하는 순간과 감정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이미지의 시대, 무제한으로 확장되는 연결의 시대, 그러면서도 단절과 중지를 요구하는 모순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승은 Song seung eun
송승은(1991- )은 솔직한 세계를 꿈꾼다. 흐릿하게 표현된 군상 안에는 무엇인가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작가의 조형 언어는 모호하면서도 다층위적인 감정의 외피를 더듬는다. 감정의 줄타기 위에서, 작가는 솔직함에 대한 기대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이미 아는 순간을 형상화한다. 그려진 세계에는 허구의 사실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확히 재현되지는 않는다. 그저 어떤 분위기로만, 묘하게 어긋난 감정과 인물 간의 거리로만 추측할 수 있을 뿐 내러티브는 파편화되어 형식 안에 침잠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에는 구상과 추상이 모호하게 뒤섞여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 대상이 담겨있지만 어디까지나 구상적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송승은_거짓말을 만드는 사람2, Liar2, 2020, oil on canvas, 72.7×72.7cm

“무섭고도 귀여운” 표정 안에는 작가의 세계, 그리고 독자가 읽어내는 현실의 세계가 있다. 읽어내는 순간 이미지는 리얼리티로 체현되어 특정한 감정으로 재조직된다. 모호한 줄타기 안에서 감정은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기를 반복하며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독자를 이끈다. 송승은의 작품이 “무섭고도 귀여운“ 데에는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모호함과 결코 진실에 도

달할 수 없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것의 불합치성에 이유가 있다. 작가가 기대하는 순간은 언제나 너무 빨리 사라져 실망감으로 대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대하게 되는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송승은은 오직 분위기로만 존재하는 어떤 세계를 계속해서 붙잡는다.

오지은 Oh jieun
오지은(1990- )은 회화를 통해 이미지의 유동성을 포착하려 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 그리고 세계 인식의 범주는 너무나도 짧아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먼저 대상과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오직 ‘포착 가능한 순간’만을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세계를 읽어내려 한다.

오지은_늪지가 돼 버린 공원_oil on canvas_116.8×91.0cm_2020 어둠

작가가 담아내는 이미지는 흐릿하다. 그것은 마치 너무 빠른 셔터스피드에 흐릿하게 새겨진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스스로를 이상주의자이자 허무주의자로 자칭하는 작가는 포착하는 순간에 사라지는 감정을 담으려 노력한다. 이는 불가능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사진이 결코 왜곡을 피할 수 없듯, 회화 역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선-사진-회화의 삼중으로 왜곡된 세계를 통해, 그리고 다시 작가-작품-독자로 매개되는 지점에서 기표는 왜곡되고 기의는 침잠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작품 앞에서만 유효한 연결일 뿐, 세계는 영원히 불화할 것만 같다.

연결된 캔버스는 이 불화된 지점을 화해시키려는 내러티브의 전략처럼 느껴진다. 언뜻 이어진 듯한 지점, 약한 연결고리를 통해 작가는 어쩌면 ‘닿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내비치

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가가고 싶은 욕망을, 순간에의 염원을 거친 터치와 흐릿한 경계에 담아내려 한다. 그것이 왜곡된 진실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과거의 기억, 사진으로만 남은 흐릿한 잔상을 더듬는 방식으로 순간과 감정의 관계를 계속해서 탐구한다.

이미솔 Lee Misol
이미솔(1992- )은 무대의 뒤편이라는 주제로 작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작업실(studio)의 흔적을 추적한다. 관객이 마주하는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존재하기까지 수많은 사물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무가치하다 여겨지는 작업은 작품이 되지 못하고 무기명으로 폐기된다. 작가는 그러한 경계, 호명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호명되기 이전의 공간인 작업실을 조명한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 소비되는 사물들을 먼저 재현한다. 버려지는 물감, 물통, 그리고 붓을 닦은 휴지 등이 그러하다.

이미솔_작품49_2020, 패널에 유채, 32x32cm

그러나 작업이 진행될수록 작가가 주목하는 사물은 사물과 비非사물에 경계에 놓인 흔적들로서, 당연히 ‘없는 것’으로 취급되지만 사실은 작업 과정 자체인 것들을 지시한다. 그 중에서도 붓질은 가장 전면에 드러나지만 쉽게 간과되는 것으로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비의도적인 흔적을 의미한다. 작은 캔버스 안에는 색을 확인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발라놓은 것 같은 여러 흔적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연습도, 은폐되는 과정도 아닌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실재하는 붓질을 재현하지만, 결과물은 추상화된 어떤 흔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는 소외되는 과정의 잔상, 미시 세계의 티끌을 무심하게 재현한다. 그것은 애정 어린 포용이라기보다는 생산-소비-배출-회수의 어떤 순환 관계에 가깝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재현과 추상 사이의 순환하는 흐름을 포착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작업 세계를 개진한다.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5(통의동)
02 7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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