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아갤러리
김아라
김아라 작가에게 캔버스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바탕이 아니다. 그는 캔버스 틀 자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 한국 전통 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담은 독창적인 추상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나무 기둥과 보를 깎고 끼워 맞춰 뼈대를 세우는 전통 건축의 결구(結構) 방식과 캔버스 틀의 짜임새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통을 현대적인 미술 언어로 풀어내는 게 김아라의 특징이다.
김아라는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환경조각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조각을 기반으로 회화와 설치를 아우르는 작품 세계를 쌓아올리고 있다. 서울과 완주의 개인전, 홍콩에서의 단체전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건축과 조각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단단하게 다져왔다.
김아라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을 받치던 ‘지지체’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는 문과 창문의 격자무늬,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공포(栱包) 등 전통 건축 요소들의 형태와 원리를 빌려와 나무 캔버스 틀을 새롭게 조각하고 재구성한다. 여기에 실제 오래된 목조 건물에 칠해진 단청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 동양화 물감인 분채와 현대적인 아크릴 물감을 섞어 쓰는 등 재료에 대한 탐구를 더했다. 단순히 옛것의 형태를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내려는 작가의 고민이 담긴 결과다.
작가는 “최근에는 조각에서 기하학적인 형태를 해체하고 물성을 더 생생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조의 형태를 넘어 온전한 입체 조각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의 원동력에 대해 작가는 “머릿속으로 그렸던 작업이 실제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의 기쁨은 무엇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번 Kiaf에서 그는 기존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조각의 형상과 여백, 그리고 그 여백과 공간의 관계성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작품의 형상과 그 주변의 비워진 여백의 공간이 서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유심히 관찰해 달라”고 말했다.
Untitled-Connection #5, acrylic and pigmenst on wood frame for canvas, 95.3x162x22.5cm
The Flat Square, acrylic and pigments on wood frame for canvas, 70x70x2.7cm, 2025
Untitled, acrylic and pigments on wood frame for canvas, 180x33.8x33.8cm,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