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갤러리
김시안
김시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사물과 생물들의 형태를 마치 매끈한 정물처럼 변형시켜 그린다. 이렇게 만들어낸 작품은 다소 기묘하면서도 부드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재구성하고 단순하고 솔직한 형태로 표현해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김 작가는 중국 칭화대학 미술학원과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지금은 플라스틱과 같은 질감으로 생물이나 사물을 재구성한 회화를 주로 그린다. 그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문화를 함께 접하면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됐다”며 “그림에 담긴 형태와 풍경들은 나만의 시각을 기반으로 구축한 ‘유토피아’”라고 했다.
작업 과정은 이렇다. 먼저 김 작가는 사물과 생물을 매끈한 형상으로 변환시켜 그린다. 그는 “현실의 복잡함을 없애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위에 젯소, 모래와 같은 두껍고 거친 표면과 에어브러시의 부드러운 질감을 결합해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Kiaf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들이다. 김 작가는 “모두가 잠든 시간 박물관에서 유물들이 깨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황을 그린 작품들을 지난 6월 개인전에서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여기서 이야기를 확장한 작품들을 발표한다”며 “현재나 미래의 시간을 소재로 활용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더한 그림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 특징으로 ‘동양과 동양의 혼재’를 꼽았다. 많은 한국 작가들이 ‘한국인으로서 체화한 동양 문화’와 ‘성장 과정에서 접한 서양 문화’가 혼합된 시각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반면, 김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를 기반으로 작업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독특한 배경 덕분에 시각과 시야가 넓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소재들을 발굴하고 작품에 풀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의 원동력에 관해 “작가로 사는 건 쉽지 않지만 미술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재미있는 일”이라며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소재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목표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작가로서 가장 큰 목표”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김 작가는 미래와 가상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하고 있다. “가상이란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나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익숙하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제 작업과 잘 맞는 주제라고 생각해 이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건이 허락된다면 하고 싶었던 무수한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잘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는 “관람객들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한다”며 “작품 속 소재들이 익숙한 일상의 존재인 만큼 내 작품을 친숙하게 여겨줬으면 한다”고 했다. “제 평온한 내면과 유머, 어색함까지도 모두 친근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김시안, 정물 301,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17x91cm
Xi'an KIM, Still life 328, 2024, Acrylic on canvas, 112x162cm
Xi'an KIM, Still life 314, 2024, Acrylic on canvas, 130x39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