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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 대왕오징어 괴물, 끔찍하지만 어딘가 아름다운

Jinu NAM

남진우는 오랜 기간 ‘대왕오징어’를 소재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 온 작가다. 상상 속 존재와 그들이 살아가는 왕국에 대한 서사를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의 소유자다. 회화와 입체, 콜라주 및 드로잉 등의 매체를 아크릴과 유화물감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다루며 회화적 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2014년 독일 라이프치히 ‘HALLE 14’ 레지던시 선정을 시작으로 서울과 독일 등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2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에 선정돼 그룹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0년대 들어 전국 각지의 미술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키아프 하이라이트 2023에 출품하는 작품들 속에는 두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의 세계관은 이렇다. 일단 주인공 로봇과 악당 로봇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방인으로서 겪은 경험과 방어적 기질은 작가로 하여금 괴물들의 기이한 형상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했다. 대왕오징어도 같은 바탕에서 창조된 캐릭터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징어를 작품 속 소재로 등장시켜 왔다는 점이 남 작가 작품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작가가 그리는 ‘영웅’은 대왕오징어를 물리치며 정의를 구현하는 캐릭터지만 전혀 다른 본성을 내재한 또 다른 괴물의 모습을 보인다. 한편 그는 나약한 존재기도 하다. 승리 자체를 기뻐하는 우월감을 드러내기보다 좌절과 슬픔에 휩싸인 감정을 주체 못하는 나약한 존재, 혹은 같은 무리 안에서 서로 가해자로서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존재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미지 각 요소의 일부는 바탕으로 사용하는 재료와 같은 소재인 광목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후 가위로 오려내서 붙이는 방법으로 화면을 채우기도 한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성경, 영화 등에서 스토리와 구성요소들을 참고하고 인용할 때도 많다.

그는 “그리고 싶은 걸 마음껏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창작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며 “현재 계속 진행 중인 왕국의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 좋은 결말로 마무리짓는 게 예술가로서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요즘 관심사에 대해서는 “갑오징어의 특별한 능력과 풍경, 그리고 앞으로 서사 속에 등장할 새로운 존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생소한 주제와 캐릭터, 서사를 품고 있는 그의 작품은 형언하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독특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서사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에 대해 ‘좀 끔찍하지만 어딘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 전경) 두 괴물에 대한 서사시, Oil, cotton collage on cotton, 320x1208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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