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org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Edge, Chrome 등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Geoffroy Pithon | 2025 Kiaf HIGHLIGHTS Semi-Finalists

지오프리 피통
지오프리 피통 (1)
1. 작품 주제와 작업 방식 위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이름은 지오프리 피통이며, 37세의 프랑스 작가로, 현재 낭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종이에 그리는 회화 작업을 통해 현대 예술의 다양한 창작 영역—대규모 몰입형 설치 작업부터 소형 회화에 이르기까지—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해 왔습니다. 
작업은 스튜디오 안팎의 다양한 환경, 예컨대 바닥이나 벽, 테이블 위 등에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처음에는 커미션 작업으로 인쇄한 포스터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회화를 접했습니다. 이후 점차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나 종이가 지닌 조형적 잠재력에 집중하며 색채와 추상적 표현을 중심으로 한 시각 언어를 탐구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생한 ‘비전(vision)’을 통해 저를 둘러싼 형태와 풍경, 사물, 그리고 내면의 에너지를 포착하고자 합니다.
Carmina Paginata VII, Acrylic and mixed media on blueback paper, 143x104cm, 2025
2. Kiaf SEOUL 2025에서 선보일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신작 시리즈는 한동안 이어졌던 붉은 계열 중심의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로의 회귀를 보여줍니다. 이 시리즈는 잔 구이싱의 『멧돼지가 강을 건너다』를 읽는 동안, 하나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보르네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마술적 사실주의적 서사와 찬란한 묘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잘 익은 과일, 향기로운 나무, 풍화된 파라솔, 신화적 가면, 저지대의 연기, 장신구와 같은 이미지들이 거칠고도 강렬한 생명력으로 다가왔고, 이와 같은 분위기는 출품되는 여섯 점의 회화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들은 그 서사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Carmina Paginata IV, Acrylic and mixed media on blueback paper, 143x104cm, 2025
3. 다른 작가와 구분되는, 본인 작품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의 작업은 도구와 재료 선택에서 비전통적인 접근을 취합니다. 일반적으로 유화와 캔버스가 중심인 회화 환경에서, 본인은 안료와 아크릴 바인더를 혼합하여 직접 물감을 만들고, 캔버스가 아닌 종이를 지지체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빠르게 마르는 물감과 매끄러운 종이의 조합은 무광 마감, 예상치 못한 레이어링, 풍부한 안료의 광택과 제스처적 에너지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게 합니다. 이와 더불어, 종이라는 유연한 매체는 대형 설치 작업, 장면 연출, 퍼포먼스적 작업, 인시투 및 건축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확장을 가능케 하며, 본인의 작업을 다학제적으로 이끕니다. 색채 역시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형광색을 포함한 생생한 색조는 절제된 방식으로 활용되어, 추상적 시각 언어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스크린 작업에서 출발한 만큼, RGB 기반의 시각 감각을 유지하려는 시도 또한 중요한 지향점입니다. 저의 작업은 모더니즘 회화의 전통에 뿌리를 두되, 의도적으로 그래픽적 접근을 취하며 반복되는 모티프를 통해 세밀함과 공간의 해체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그 결과 관람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화면 속 공간을 재구성하며 작품에 참여하게 됩니다.
Polyphonie aux Papillons, Acrylic and mixed media on blueback paper, 118x165cm, 2025
4. 전업 예술가로 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업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지속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2021년 전업 작가로 전환하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대담하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규모 설치 작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준 아트센터의 신뢰에 보답하고자 대형 작품을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이 시기는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하던 때와도 겹쳐 있었고, 예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미지의 세계로 도약하는 시기였습니다. 자유로움과 책임감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작업은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도 고된 과정을 수반했습니다. 예술은 본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비록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목표일지라도, 예술가란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이 믿음이야말로 지금까지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입니다.
Carmina Paginata IX, Acrylic and mixed media on blueback paper, 104x143cm, 2025
5. 예술가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 있다면 무엇인지, 요즘 관심이 가는 작품 주제나 소재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가장 큰 목표는 자신의 시각 언어와 작업의 완성도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가능한 한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본인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며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회화를 공간적으로 제시하는 방식과, 관람자가 몰입할 수 있는 구조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작업의 규모와 기념비성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열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서사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품이 확산되고 공유되는 방식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 매체는 고유한 시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문화적 장으로 기능하며, 본인은 이를 통해 더욱 유연하고 다층적인 예술 경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오프리 피통 (2)
6. 이번 Kiaf 하이라이트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감동이나 생각, 인상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작업을 하는 동안 느끼는 즐거움이 그림의 형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그 감정이 관람객—대중이든, 컬렉터이든, 우연히 지나가던 방문자이든—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감정은 매우 섬세하고 영적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감각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현실적인 기쁨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회화란 언제나 하나의 공간에 머무는 행위와 닿아 있습니다. 그 공간은 우주적이고 비물질적인 축제의 장일 수 있지만, 동시에 소박하고 따뜻한 식탁처럼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번 2025 Kiaf HIGHLIGHTS를 통해, 이 감정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조용히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미 파이널리스트 10인으로 선정된 이들의 작품은 Kiaf SEOUL 현장의 각 갤러리 부스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Shar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