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성
조종성은 한국화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인 화가다.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업해왔지만 최근에는 장지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린다. 기존 한국화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한지와 먹의 물성을 다르게 해석하고 이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 자신이 말하는 가장 큰 특징은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기법과 주제의 작업들을 모아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동아대 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금호 영아티스트 수상을 시작으로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 아르코미술관 신진작가 성장프로그램 워크숍,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등에 선정된 바 있다.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조현화랑과 금호미술관, 도쿄 SH Art Project 등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열어왔다.
조 작가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생겨나는 원인에 대해 고찰해 왔다. 생태환경의 차이가 문화적 차이의 출발점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는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을 공부해야 서양과의 차이를 알 수 있고,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건 곧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내가 지금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Kiaf SEOUL 2023 HIGHLIGHT에 출품하는 작품은 ‘획으로부터’ 연작. 큰 획과 작은 산수 등의 풍경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산수와 획은 서로 모호하게 교차하며 순환하고 변화한다. 작가는 “순환의 과정에 에너지가 있다”며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핀 뒤 지면 씨앗이 맺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전시 방식이 파격적이다.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 작가의 작품과 조 작가의 작업을 함께 매칭해 보여주는 식이다.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조현화랑의 기획의도를 따랐다. 사이즈, 두께, 설치 방법까지 똑같이 맞췄다. 조 작가는 “거장의 작품 옆에 내 작품이 놓인다는 건 솔직히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선생님의 작업은 완벽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제돼 있는 느낌도 강해서 젊은 작가의 생기있는 작품을 옆에 둬도 괜찮겠다 싶었다. 작품 사이 비어있는 부분은 추상의 여백처럼 느껴져서 여백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전통을 계속 이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작품 주제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톨스토이가 말했지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을 때까지 작업을 놓지 않고 이어가고 싶습니다.”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