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 JUNE PAIK

[ON-SITE] LEEAHN GALLERY

2020.12.3 – 2021.1.16
백남준

Nam June Paik, Leeahn gallery, Seoul, Installation View © Shi-Woo Lee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리안갤러리 서울은 2020년 12월 3일부터 2021년 1월 16일까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세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백남준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현시대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미래를 명확하게 예견하고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다양한 비디오 설치와 회화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백남준은 1960년대에 존 케이지(John Cage),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등과 플럭서스(Fluxus) 그룹에서 활동하며 미술, 퍼포먼스, 음악, 이벤트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예술을 선보였다. 그는 기존의 예술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을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는 백남준은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설치미술의 범위를 넓혔고, TV를 넘어 컴퓨터와 각종 과학기술까지 동원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백남준은 현대사회에 있어 중요한 인물을 TV 모니터와 여러 오브제를 사용하여 인간 형상을 만들어왔다.

Nam June Paik, Volta, 1992, Aluminum framework, neon, electronic components. Hardware 3 sony 8 televisions, 1 sony laser disc player, 1 laser disc, vintage television cabinet, 195.5 x 104 x 61 cm © Shi-Woo Lee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로봇 작품 <볼타(Volta)>(1992)는 3대의 소형 모니터로 이목구비를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 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볼트(V)의 형상을 만들어 넣은 비디오 조각이다. 작품명 ‘볼타(Volta)’는 연속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전지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의 이름을 딴 것이며, 전압을 측정하는 단위인 볼트(V)는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전자 시대로의 도입을 암시했던 백남준의 예지적 면모를 보여준다.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2000)는 새천년을 맞아 DMZ 2000 공연에서 선보였던 첼로와 월금 형태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변주한 작품이다. 1996년 뇌졸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백남준은 아이처럼 단순한 선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영상에는 휠체어에 앉아 크레파스로 어린이가 낙서하듯이 천진난만하게 호랑이를 그리는 작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후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며 북한에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백남준은 역사적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한민족의 모습을 강인한 기상과 생명력으로 굳건하게 산야를 누빈 호랑이에 투영하였다.

 

백남준_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_Olympe De Gouges_1989_lithography, etching_70.2 x 52.4 cm © Shi-Woo Lee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전시에 소개되는 회화 작품들을 통해 비디오 아트에서 받은 영감을 평면 예술로 승화시킨 백남준의 예술적 시도를 느껴볼 수 있다. 먼저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1989)는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블을 이용해 높이 3m의 비디오 조각으로 제작되었던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것이다. 각각의 로봇에는 마라(Marat),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당통(Danton), 디드로(Diderot) 등의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들은 모두 프랑스 혁명과 관련되어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인물들이다. 로봇 이미지에는 ‘암살’(마라),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로베스피에르), ‘웅변’(당통) 등과 같이 인물의 특성과 관련된 문구가 적혀있다. 이것은 글과 이미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는 백남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한편 <올림픽 센테니얼(Olympic Centennial)>(1992)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판화다. 비디오 아트에서 영향받은 모티프들과 국문, 영문, 한자로 적힌 메모로 이루어져 있다. 즉흥적이고 의도되지 않은 듯한 그의 드로잉 판화는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백남준_Untitled_1986_Oil on canvas_151.7 x 75 cm © Shi-Woo Lee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지하 1층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에서는 당시 백남준이 한국적 색감인 오방색과 색동 문양에 영감을 받았으며, 텔레비전 화면 조정 배경을 즐겨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무제>(1994)에는 오방색 배경 위에 사람 형상이나 눈, 코, 입이 있는 텔레비전 형상이 그려졌다. 백남준은 이처럼 단순화한 모니터와 안테나 모습의 TV 드로잉을 다수 제작하였다. 한글과 한자로 쓴 내용 옆에 동그란 사람 얼굴을 패턴처럼 그려넣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의 회화 작품에는 이렇게 문자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백남준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과 독일에서 미학, 미술사, 음악사를 전공하였다. 그 뒤 유럽, 미국을 떠돌며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us)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전시를 선보였다. 그는 조각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음악과 신체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 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통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1984년에는 파리와 뉴욕, 베를린, 서울을 연결하는 최초의 위성중계 퍼포먼스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선보이며 TV 매체를 통한 전지구적 소통을 보여주고자 했다. 백남준은 국내 미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 INFO art》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설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고,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의 회고전에서는 레이저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선보였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2013),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도 대규모 회고전(2019)을 연이어 선보이며 백남준은 계속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 도쿄 시립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리안갤러리 서울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2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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