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7 – 6. 6 | [GALLERIES] GALLERY We
잠산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162×130cm, 2025
잠산의 작업은 ‘사라짐’이라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사라짐은 단순한 상실이나 소멸의 정서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때 특별하다고 믿어졌던 것들이 시간 속에서 지워지고 멀어지는 과정, 곧 ‘특별함’이라는 감각 자체가 해체되는 순간에 대한 집요한 응시이다. 작가는 이 붕괴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잔여를 색과 형상으로 치환하며, 사라진 것들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162x97cm, 2025
이때 작품 속 ‘별’은 더 이상 영원한 빛의 상징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별은 사라지고, 흘러내리며, 끝내 흔적만을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소멸의 과정은 감정의 변형으로 이어진다. 사라지는 아픔은 붉게 번지고, 지워지는 감정은 꽃잎처럼 흩어지며, 멀어지는 기억은 가시로 굳어간다. 이때 감정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질적·시각적 상태로 전이된다. 결국 잠산의 회화는 감정의 소멸이 아니라 형태 변환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72x53cm, 2025
이 변환의 중심에는 ‘장미’의 이미지가 놓인다. 장미는 아름다움과 상처, 유혹과 고통이 공존하는 이중적 상징으로, 작가의 내면을 투사하는 동시에 타자와의 감정적 접점을 형성한다. 붕괴하는 별의 서사 속에서 장미는 더 이상 고정된 정체성에 머물지 않는다. 가시를 드러내는 선인장으로 변형되거나, 타자와 함께 이동하는 존재로 확장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유동성은 작가가 경험한 감정의 층위와 그 변화를 드러낸다.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116x91cm, 2025
잠산이 제시하는 ‘환상’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그의 작업에서 환상은 현실의 반대편에 위치한 허구가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감각과 기억의 잠정적 상태이다. 이는 ‘미완의 실재’로서, 아직 발화되지 않은 감정의 영역을 가리킨다. 작가는 이러한 환상을 호출함으로써 관람자가 잊고 있던 감각의 잔여와 다시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65x50cm, 2025
다락방의 빛, 비의 촉각적 기억, 그리고 물성에 대한 감각은 회화를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에 머물지 않게 한다. 빛은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고, 습기와 온도는 신체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화면은 감정과 기억이 교차하는 하나의 경험의 장으로 확장된다.

잠산, Rose from the stars, oil on canvas, 90x60cm, 2025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사라짐 이후’를 향한다. 잠산의 작업은 사라진 것을 애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이후에 남겨진 감각의 파편들을 다시 연결하며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한다. 별이 사라진 자리에서 장미가 태어나고, 가시는 또 다른 생존의 형식이 되며, 그 모든 과정은 하나의 ‘여행’으로 이어진다.

잠산, Red Chair, oil on canvas, 72×53cm, 2025
그리하여 《별에서 온 장미》는 더 이상 특별함이 존재하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감각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사라진 것들의 끝에서 마주하는 시선이자, 각자의 내면에 잠재된 기억을 다시 울리는 조용한 사건이다.
안나연 큐레이터 실장
갤러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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