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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류지민, 오지은, 최혜연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1) 

히든엠갤러리는 오는 12월 17일부터 2026년 1월 15일까지 류지민, 오지은, 최혜연 작가의 3인전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순간, 감정의 잔향, 무의식의 흔적처럼 쉽게 소멸되거나 포착하기 어려운 것들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세 작가의 시선을 조명한다. 사라지는 장면과 흐릿해진 기억, 내면의 깊은 층위에서 떠오른 형상들은 서로 교차하며,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 감정과 잔상 사이의 경계를 확장한다.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2) 

서로 다른 작업 방식을 지닌 세 작가는 모두 개인의 경험과 기억, 내면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찰나의 풍경을 언어와 이미지의 층위로 재구성하는 방식, 감정과 시간을 색과 리듬으로 환원하는 태도, 개인과 사회의 무의식을 은유적 공간에 투영하는 접근은 각기 다른 결을 드러낸다. 이 차이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느슨하게 연결되며,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각과 기억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류지민_새벽이 묻은 자리, 장지에 먹,분채,아크릴, 70x160cm, 2024

류지민 작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장면과 사물에 시선을 머문다. 산책 중 마주친 식물, 버려진 사물, 고인 물에 비친 반사와 같은 대상들은 고정되지 않은 채 변화하며 쉽게 잊힌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에 잠시 깃든 정서를 붙잡아, 찰나가 머무는 고요한 공간을 작품으로 옮긴다.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3) 

작업은 관찰된 현실에서 언어와 가상의 이미지를 거쳐 다시 작품으로 귀결되는 다층적인 과정을 따른다. 단어와 문장으로 추출된 장면은 생성형 AI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로 시각화되고, 이를 다시 작품으로 옮기며 현실과 환상이 중첩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이 이미지들은 영원해 보이면서도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의 속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가상의 시공간과 현실의 기억을 겹치며, 실재와 비실재가 공존하는 세계를 탐구한다.

오지은_나의 풍경에 너의 사랑을 얹어본다, oil on canvas, 227.3 × 181.8cm, 2024

오지은 작가는 직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미지와 감정이 겹쳐지며 구성된다. 작품에는 소재와 색채, 터치라는 가시적 요소와 개인적인 감정과 서사라는 비가시적 계기가 한 점으로 포개어진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물감의 물성과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서서히 풀리며, 감정이 스며든 공간으로 확장된다.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4) 

긋고, 밀고, 흘리고, 휘두르는 붓질은 전형적인 구도와 원근에서 벗어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작품은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생명력을 획득한다. 사물은 정물로 머무르지 않고 풍경처럼 진동하며, 지나간 시간을 은유하는 장치가 된다. 작가의 작업은 흐릿해진 기억과 감정을 붙잡고자 하는 태도이자, 감정이 다시 호흡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최혜연_우연의 숲18, 장지에 채색, 130x194cm, 2025

최혜연 작가는 작업실 인근의 숲을 출발점으로 개인과 사회의 무의식, 트라우마적 기억을 다뤄왔다. 작가에게 숲은 치유의 이미지 이전에, 경쟁과 긴장이 공존하는 야만적인 공간이다. 정돈되지 않은 숲의 구조는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폭력성이 겹쳐지는 공간으로 나타나며, 작가는 이 숲에 인간이 감추어 온 본능과 집단적 무의식을 투사한다.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5) 

특히 집단적 비극의 경험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개인의 공포와 무력함은 집단의 무의식 속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작품 속 숲의 구조와 형상으로 이어진다. 단순화된 획으로 구성된 숲 위에 우연적인 흔적을 남기고, 그 안에서 떠오르는 형상을 길어 올리듯 완성해 나가는 방식은 고정되지 않은 자아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를 사유하게 한다. 최혜연의 숲은 억압된 기억과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서사의 공간이다.

《사라진 뒤에 남은 것들》 전경 사진 (6) 

이번 전시는 사라짐 이후에 남는 감각과 기억의 층위를 작품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한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구축된 세 작가의 작품은 사라진 것들이 단일한 의미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감각과 해석의 층위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 지나간 장면들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미세한 감정과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게 하며, 사라진 뒤에도 지속되는 감각의 여운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히든엠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86길 16 제포빌딩 L층, 06223
+82 2 53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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