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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장승근
장승근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포스터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6 OCI 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인 장승근의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을 8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OCI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장승근,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oil on canvas, 218.2×290.9㎝, 2025

장승근은 불확실한 삶 속에서 세계와 유연하게 관계 맺고자 하는 실천적 태도를 어눌한 붓질로 더듬어간다. 집이자 작업실인 공간에서 편안함과 긴장이 뒤섞이듯, 화면 속 얽히고설킨 물감이 울퉁불퉁한 요철로 남는다. 머뭇거림과 균열은 감추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화면에 내비치고, 취약함은 도리어 담대함으로, 때로는 명랑함으로 번진다. 형상과 배경, 구상과 추상 사이 빈틈으로 타인과 세계를 받아들인다.

장승근, 나쁜 초여름, oil on canvas, 130.3×193.9㎝, 2025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은 작가가 회화를 구현하는 방법론에 대한 성찰이자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고 그들을 애정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은 관계 맺음에 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과 어긋남을 가리키며,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은 그러한 것들을 환멸적으로 여기거나 외면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뜻한다.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남더라도 그것을 감내하고 품어내는 실천, 작가는 이를 일종의 큰 사랑이라 여기며, 이러한 태도가 자신이 말하는 ‘회화적인 상태’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본다.

장승근, 물밥, oil on canvas, 181.8×227.3㎝, 2026

이번 전시는 고립된 방 안에서 사물들과 오염되듯 관계를 맺어온 흔적들을 따라가며, 300호 사이즈의 대형 작업을 포함한 약 40점의 회화로 구성된다. 좁은 공간에서 유사한 풍경이 반복·축적되던 작가의 생활 양식은 전시 동선에 그대로 투영되어, 한쪽에서 본 그림이 다른 공간에서 다시 등장하거나 유사한 도상이 서로 다른 화면 안에서 반복적으로 출몰한다. 캔버스는 벽에 걸리기도 하고 허공에 매달리기도 하며, 전시장 한가운데 세워두기도 한다. 그 사이로 감춰졌던 뒷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관람객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동일한 이미지를 다른 맥락 속에서 거듭 마주한다.

장승근, 눌러쓴 말,  oil on canvas, 24.2×33.4㎝, 2024

화면 한켠에는 손으로 눌러쓴 글자가 불쑥 나타난다. 어떤 것은 꽃이나 서울처럼 눈에 보이는 사물을 무심하게 부르는 이름이고, 어떤 것은 쉽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이 꾹꾹 눌린 필치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장승근, 열린 계, oil, tape, paper, canvas on canvas, 130.3×130.3㎝, 24.2×33.4㎝, 2025

노란 장판 위 붓과 물감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걸릴 곳 없는 그림들은 앞면과 뒷면을 맞댄 채 켜켜이 쌓인다. 한켠의 연인은 오래도록 곁에 둔 오브제처럼 풍경 속에 덤덤히 놓여 있다.

장승근, 당신을 그려요, oil on canvas, 53×45.5㎝, 2026

관계는 결코 논리로 정의할 수 없다. 사람과 사물은 정제되지 않은 채 서로를 받아들이고, 오염시키며, 물들인다. 낭만이라는 포장을 걷어낸 건조한 시선으로 피할 수 없는 마찰과 오해를 끌어안는 것. 그것이 그의 가장 명백한 사랑이다.

백소현 (OCI미술관 큐레이터)

OCI 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02-73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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