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0 – 10. 8 | [VISIT] OCI Museum of Art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6 OCI 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인 윤정민의 개인전 《꼴》을 8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윤정민, 나무와 뿌리, iron, hanji, phosphor bronze, 306×131×106㎝, 2026_detail
윤정민은 종이 위에 남은 감각을 조각으로 만드는 작가다. 한지와 인청동처럼 서로 다른 물성을 한 몸에 이어 붙인다. 뒷면과 측면을 따지는 조각의 오랜 규칙 대신 빠른 손끝에서 건진 획 하나의 온도를 붙잡는 데 몰두한다. 여백과도 같은 허공을 가르는 선의 묵직한 속도감은 매끈한 마감 대신 노동의 흔적과 날것의 표정을 남긴다.

윤정민, 나무와 뿌리, iron, hanji, phosphor bronze, 306×131×106㎝, 2026_detail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의 사적인 가족 이야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삶의 예기치 못한 우환을 덜어내고 보편적인 안녕을 빌고자 토속 신앙 및 명리학적 세계관과 결합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3m 높이의 대형 조각 〈나무와 뿌리〉는 작가 작업의 핵심 재료인 차가운 철과 한국적 질감을 담은 포근한 한지, 그리고 이질적인 두 재료를 이어주는 인청동을 결합하여 마을을 지켜주던 거대한 당산나무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윤정민, 합 合, iron, hanji, phosphor bronze, 216×50×40㎝, 2026
전시명 《꼴》은 사물의 모양이라는 본래의 뜻과 함께 장난스러운 행색이나 처지를 비유하는 사전적 의미를 동반한다. 이는 계산된 조형미 대신 작가의 직관과 손맛에만 몰두해 빚어낸 인물 조각을 향한 태도이자, 그 자연스러운 형상이 시간 속에서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철판을 오리고 두드리는 순간의 감각으로 완성된 형상들은 우스꽝스러운 표정 속에서도 미적 규범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붙잡아 두고, 그 안에 조각이라는 매체가 지닌 힘을 또렷이 드러낸다.

윤정민, 물, iron, brass, 84×60×40㎝, 2026
벌겋게 달아오른 철이 잠시 무름을 허락하는 찰나 두드림으로 획을 세운다. 그 자리마다 결이 겹겹이 새겨지고, 남겨둔 표면은 시간을 따라 산화되며 저마다 다른 빛으로 물들어 간다. 나무, 불, 흙, 쇠, 물 다섯 기운으로 세상을 읽는 오행, 그중 불 둘과 물 셋이 그에게 자리한다. 장승처럼 우뚝 선 형상은 불의 몫을, 몸을 낮춘 형상은 물의 몫을 짊어진 채 동세를 가둔다.

윤정민, 불, iron, hanji, graphite, phosphor bronze, 189×50×55㎝, 2026
이번 전시는 1층 입구 공간을 장악하는 대형 설치 조각 〈나무와 뿌리〉를 중심으로, 오행의 불과 물의 기운을 담은 〈불〉, 〈물〉 연작,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사자탈 연작 〈상(相)〉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작품은 불에 달군 철을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단조(鍛造)와 한지 결착이라는 재료 실험을 거쳐 독립된 존재감을 발산하면서도, 전시 공간 전체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삶과 운명을 마주하는 거대한 기원의 장을 완성한다.

윤정민, 물, iron, brass, 75×90×70㎝, 2026
무겁고 둔탁한 철을 그저 패고 또 패는 꾸밈없는 노동은, 거창한 의미나 극적인 서사 대신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붙잡는다. 아프지 말기를, 하는 일마다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의 조각은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향한 간절한 읊조림이자,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꼴’이 되어 전시장 곳곳에 스민다.
백소현 (OCI미술관 큐레이터)